8월 15일,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올해 8월 15일 아침에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면서 태극기를 센 적이 있습니다. 아홉인가 열인가, 그쯤이었습니다.

저희 집도 달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 날은 '광복절'보다 '여름휴가 중 하루'에 더 가깝습니다.

이걸 비난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이 날을 왜 기념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이유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찾지 못한 후손, 전달하지 못한 훈장

찾아보다 좀 놀란 숫자가 있습니다. 훈장을 받고도 전해줄 후손을 못 찾은 독립유공자가 열에 넷입니다. (국가보훈부, 2024)

이유는 단순합니다. 당시 기록이 얼마 남아있지 않아서, 후손들조차 자신의 선조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모른 채 역사적 단절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민족문제연구소에 의뢰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구술을 수집하는 사업도 있었지만, 이런 사업조차 특정 기념일이나 연구 과제를 계기로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문제는 같은 곳으로 돌아옵니다. 기록해야 할 이야기는 많고, 그 일을 할 인력과 예산은 늘 부족합니다.


1945년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1945년 8월 15일에 실제로 광복을 겪은 분들은 지금 대부분 90대 이상입니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을 육성으로 증언해 줄 수 있는 분들, 이를테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같은 분들도 해마다 그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 세대가 저물면, 그 세대가 몸으로 기억하던 역사도 함께 저뭅니다.

우리는 그 역사를 교과서와 다큐멘터리, 몇 편의 영화로 이어받게 될 것입니다.


기억이 아니라 정보가 되어가는 역사

직접 겪은 사람이 사라진 역사는 '기억'이 아니라 '정보'가 됩니다.

정보는 검색하면 나옵니다.

기억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침묵까지 붙어 있어서 요약이 안 됩니다.

광복절이 그저 '빨간 날'이 되어가는 것도, 어쩌면 이 역사가 기억에서 정보로 넘어가는 과정의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물어야 할까요

해마다 8월이 오면 광복절 기념식이 열리고,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호명되고, 뉴스에서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가 다시 언급됩니다.

그리고 8월 16일이 되면, 대부분 다시 잊힙니다.

저는 이게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런 흐름이 반복될수록, 실제로 그 역사를 겪은 마지막 세대가 살아계신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특별한 시간인지도 함께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광복절에는, 평소보다 조금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싶습니다.

나는 광복절을 왜 기념하는가. 아직 제 말로는 답을 못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여러분 집안에는 광복 전후를 겪으신 어른의 이야기가 남아있나요. 짧게라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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